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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s for Sale』-모자 장수와 말썽꾸러기 원숭이들

by Emily's library 2025. 5. 6.

 

작가 소개 – 예술성과 유머를 결합한 그림책 작가, 에스피어 슬로보드키나

 

에스피어 슬로보드키나는 러시아 출신의 미국 작가이자 화가, 일러스트레이터로, 20세기 초중반 북미 그림책 세계에 큰 족적을 남긴 예술가입니다. 1908년 러시아에서 태어난 그녀는 혁명의 소용돌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와 현대 예술과 디자인을 공부한 후 그림책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단순하고 대담한 선과 색채의 추상화 기법을 그림책에 도입한 선구자 중 한 명로, 예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습니다.

 

그녀의 대표작이자 가장 사랑받는 책 『Caps for Sale』는 1940년에 출간되어 지금까지도 전 세계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불멸의 고전입니다. 이 책은 간결한 스토리 속에 유머와 반복, 리듬감을 절묘하게 녹여내 어린 독자들이 쉽게 따라 읽고 오래 기억할 수 있게 만든 걸작입니다. 슬로보드키나는 이 작품을 통해 글과 그림이 어떻게 서로 호흡하며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고, 후대 그림책 작가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그녀의 가장 큰 매력은 예술가적 감성을 순수하고 단순한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점입니다. 추상주의 예술 운동의 영향을 받은 그녀의 그림책은 단순히 아이들을 위한 책을 넘어, 시각적 구성과 상징성 면에서도 깊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Caps for Sale』에서 그녀는 반복과 패턴, 단순한 선의 조화를 통해 그림책이 그저 읽는 것을 넘어 보는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오늘날에도 그녀의 작품은 유치원 수업과 독서 교육, 아동 심리 발달 자료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줄거리 – 모자 장수와 말썽쟁이 원숭이들의 유쾌한 한판 대결

 

『Caps for Sale』는 거리를 걸으며 모자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한 모자 장수의 하루를 그려냅니다. 그는 머리 위에 다양한 색깔의 모자를 층층이 쌓아 올리고 "모자 팔아요!  빨간 모자, 갈색 모자, 회색 모자 있어요!"라고 외치며 거리를 누빕니다. 깔끔하고 차분한 성격의 그는 어느 날 장사에 실패하자 공원의 큰 나무 아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합니다.

 

잠에서 깬 그의 눈에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집니다. 머리 위에 쌓아둔 모자들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자신의 체크 모자만 남아있습니다. 놀란 그가 나무를 올려다보니, 나뭇가지마다 원숭이들이 그의 모자를 쓰고 장난을 치고 있습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원숭이들이 그를 마치 거울처럼 따라 한다는 점. 장수가 손을 흔들면 원숭이도 손을 흔들고, 소리를 지르면 그대로 따라 웃음거리로 만듭니다.

 

분노에 찬 장수는 원숭이들에게 소리치고 발을 구르며 모자를 돌려달라고 애원하지만, 원숭이들은 여전히 장난기 가득한 태도로 그를 흉내 냅니다. 결국 마지막 체크 모자마저 바닥에 내던집니다. 그때 놀랍게도 원숭이들도 동시에 모자들을 나무 아래로 떨어뜨립니다.

 

재빨리 모자들을 주워 다시 머리에 쌓은 장수는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길을 따라 장사를 계속합니다. 겉보기엔 단순해 보이는 이야기지만, 반복과 유머, 아이들의 상상력이 깊숙이 녹아있는 작품입니다. 좌절과 해결, 일상의 소동이 결국 평화로운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순환적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선사합니다.

 

감상 – 유쾌한 반복 속에 담긴 질서, 놀이, 그리고 리듬의 미학

 

『Caps for Sale』는 단순한 이야기 구조와 반복적인 대사, 유머러스한 전개로 유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림책입니다. 얼핏 평범해 보이는 이야기의 진행 방식이 오히려 아이들의 호기심과 참여 욕구를 자극합니다. 원숭이들이 장수의 행동을 따라 하는 장면은 아이들의 웃음을 유발하고,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함께 예측하고 따라 하게 만듭니다. 이런 방식은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리듬을 만들어내며, 특히 구연동화나 책 읽어주기 시간에 그 매력이 더욱 빛납니다.

 

이 책의 진정한 매력은 원숭이들의 모방 행동을 통해 펼쳐지는 유쾌한 소통의 묘미에 있습니다.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순수한 행동으로 소통하고, 반복되는 움직임 속에서 상황이 해결되는 방식은 어린이들의 놀이 본능과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아이들은 흉내 내기를 통해 세상을 배워가는 법, 그리고 『Caps for Sale』는 그 과정을 유쾌하게 포착해냅니다. 특히 장수가 화를 내며 모자를 던지고, 원숭이들이 그대로 따라 던지는 마지막 장면은 예측 가능한 반전임에도 여전히 통쾌하고 재미있습니다.

 

슬로보드키나의 그림은 미니멀하면서도 강렬한 시각적 언어로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습니다. 대비되는 색감, 세심하게 배치된 모자, 생동감 넘치는 인물의 표정 변화는 글 없이도 이야기를 충분히 전달합니다. 글을 읽지 못하는 어린 독자들도 쉽게 내용을 따라갈 수 있도록 섬세하게 구성되었으며, 변화 없는 공간 속에서도 긴장감과 해소를 표현해내는 그녀의 시각적 스토리텔링 능력은 놀랍습니다.

 

『Caps for Sale』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는 깊이 있는 그림책입니다. 이 책은 단순한 웃음거리가 아니라, 어떤 상황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태도와 유머, 반복이 가진 놀라운 힘을 일깨워줍니다. 아이들에게는 모방의 즐거움을, 어른들에게는 일상의 작은 변화를 받아들이는 여유를 선물하는 진정한 의미의 클래식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