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소개: 피터 시스, 경계를 넘나드는 상상력의 이야기꾼
피터 시스(Peter Sís)는 체코 프라하 출신의 다재다능한 예술가로, 작가이자 영화 감독,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는 시각적 상상력과 이야기의 철학적 깊이를 놀라운 방식으로 융합하며, 그림책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프라하 예술대학교와 영국의 로열 칼리지 오브 아트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이주하여, 본격적으로 어린이 그림책 세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이야기 전달을 넘어 역사, 철학, 정체성, 문화 다양성과 같은 복합적인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며, 독자에게 시각적, 정서적으로 풍부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피터 시스는 아동 문학의 경계를 확장한 작가를 넘어, 그림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이어가는 예술가입니다.
『The Wall』, 『Starry Messenger』, 『The Tree of Life』 등 그의 수많은 작품들은 비평가와 독자들로부터 극찬을 받았으며, 칼데콧 아너상, 보스턴 글로브 혼북상, 맥아더 펠로우십 등 권위 있는 상들을 수상하며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습니다. 특히 『MADLENKA』는 피터 시스의 예술적 정체성과 문화적 비전을 가장 직관적이고 친근하게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뉴욕이라는 다문화적 도시를 배경으로, 한 아이의 시선을 통해 세계의 풍경을 생생하게 펼쳐 보입니다. 시공간의 경계를 허물며, 단 한 바퀴의 산책으로 전 세계를 경험하게 만드는 그의 독특한 접근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먼 세계를 만날 수 있다"는 그의 철학을 완벽하게 시각화하고 있습니다.

줄거리 소개: 마들렌카의 세계 여행 같은 한 바퀴
『MADLENKA』는 뉴욕의 복잡하고 다채로운 거리에서 펼쳐지는 한 소녀의 단순하면서도 특별한 모험을 그려냅니다. 앞니가 흔들리기 시작한 소식을 알리고 싶은 마들렌카는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섭니다. 그녀는 집 주변을 한 바퀴 돌며 프랑스 아저씨의 베이커리, 인도 아저씨의 신문가게, 라틴계 아저씨의 식품점, 아시아계 잡화점 할머니 등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지닌 이웃들과 차례로 인사를 나눕니다. 마들렌카는 각 이웃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치 여행자처럼 그들의 문화와 전통을 경험합니다.
책은 일관된 구성 속에서 각 이웃을 만나는 장면마다 고유한 문화를 섬세하게 반영한 일러스트를 선보여, 아이와 어른 독자 모두를 시각적으로 몰입시킵니다. 반복되는 원형 구도의 레이아웃은 마치 지구를 도는 듯한 느낌을 주며, 마들렌카의 짧은 여정을 하나의 세계 여행으로 확장시킵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마들렌카의 시야가 점점 넓어지며, 독자 역시 함께 성장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녀는 이웃을 만나는 것을 넘어 각 문화의 상징을 상상하며 마음속에서 더 먼 곳으로 날아갑니다. 인도의 코끼리와 함께 걷고, 프랑스의 에펠탑을 바라보는 장면은 상상 속 여정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사실성과 깊이를 지닙니다.
결국 마들렌카는 집으로 돌아와 자신의 작은 방으로 들어가지만, 그녀가 겪은 하루는 결코 작지 않은 경험이 됩니다. 『MADLENKA』는 한 아이가 한 블록을 도는 단순한 이야기로, 세계의 넓음과 인간의 연결성을 놀랍도록 섬세하게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감상평: 도시 속 세계, 어린이의 시선으로 보다
『MADLENKA』는 "세상은 멀리 있지 않다"는 진실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피터 시스는 마들렌카라는 주인공을 통해, 어린이의 일상 속에 수많은 문화와 이야기가 공존하고 있음을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 특히 이 책은 단순한 우정이나 호기심을 넘어,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세계 시민 의식을 자연스럽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뛰어난 가치를 지닙니다. 각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문화적 상징과 시각적 은유는 독자의 해석을 이끌어내며, 반복해서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다층적인 구성을 보여줍니다.
마들렌카가 만나는 이웃들은 단순한 부수적 인물이 아니라, 각자의 정체성과 문화를 생동감 있게 표현하는 독립된 존재로 나타납니다. 그들의 언어, 전통 의상, 음식을 통해 다양성을 배우는 방식은 매우 자연스럽고 따뜻한 감동을 줍니다.
『MADLENKA』는 단순히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그림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사는 도시, 이웃, 타인에 대한 태도를 근본적으로 성찰하게 만드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아이는 물론 어른 독자에게도 "오늘 나는 누구와 연결되었는가?", "내 일상 속 세계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라는 깊은 질문을 남깁니다. 마들렌카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발 디딘 이 도시가 곧 세계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 세계는 한 아이의 작은 발걸음만으로도 충분히 넓어질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이 책은 조용히 전달합니다. 『MADLENKA』는 삶의 소소하고 익숙한 순간에서 세계의 경이로움을 발견하게 만드는, 조용하지만 강력한 울림을 지닌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