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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는 다른 너, 그래도 좋아 – 『Matilda’s Cat』

by Emily's library 2025. 5. 6.

 

작가 소개 – 그림과 이야기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작가, 에밀리 그래빗

 

에밀리 그래빗은 영국 출신의 아동문학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섬세하고 기발한 그림체와 간결한 이야기로 전 세계 어린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왔습니다. 2005년 데뷔작 『Wolves』로 케이트 그린어웨이 메달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단했고, 이후 『Little Mouse's Big Book of Fears』, 『Orange Pear Apple Bear』, 『Again!』 등 여러 작품을 통해 감각적인 일러스트와 독창적인 이야기 구성으로 꾸준히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그래빗의 작품은 단순히 글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와 이미지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데 큰 특징이 있습니다. 그녀의 그림책은 단어는 적지만 여운은 깊고, 일상의 작은 감정을 기발한 유머와 함께 섬세하게 담아냅니다. 또한 그림 속 숨겨진 디테일을 통해 반복해서 읽을수록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어,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 독자들에게도 인상적인 독서 경험을 제공합니다.

 

그녀의 작품들은 형식과 구성 면에서도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보여줍니다. 페이지 배치를 독특하게 하거나, 그림이 텍스트와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전달하게 만드는 방식 등은 단순한 유아용 그림책을 넘어선 예술적인 요소를 담고 있습니다. 『Matilda's Cat』 역시 에밀리 그래빗 특유의 절제된 감정 표현과 이미지 중심의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 독자에게도 관계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여운을 남깁니다.

 

줄거리 – 마틸다와 고양이의 엇갈리는 취향 대조극

 

『Matilda's Cat』은 고양이와 함께 놀고 싶어 하는 한 소녀, 마틸다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마틸다는 고양이가 좋아할 만한 활동을 하나하나 시도하며 함께 놀기를 원합니다. 예를 들어, 실뭉치로 노는 것, 나무 오르기, 상자 속 들어가기, 잠자리 동화 읽기 등 고양이가 일반적으로 좋아한다고 알려진 일들을 고양이에게 제안합니다.

 

그녀는 자신만의 논리로 고양이가 좋아할 것이라 믿고 진심으로 열심히 고양이와 놀아주려 합니다. 하지만 정작 고양이는 마틸다가 준비한 놀이에 하나도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고양이는 실뭉치에 무관심하고, 나무는 멀리서 바라보며, 상자 안에 들어가기를 거부합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고양이가 각 활동에서 점점 멀어지고, 마틸다 혼자 열심히 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흥미로운 점은 텍스트와 그림이 반대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문장에서는 "고양이는 이걸 좋아해요"라고 말하지만, 그림 속 고양이는 그 상황을 명백히 싫어하고 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비는 이야기에 유머를 더하고, 독자가 마틸다와 고양이의 감정을 각각 살펴볼 수 있게 만듭니다.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마틸다는 약간 지쳐 보이지만 고양이를 꼭 끌어안아줍니다. 그리고 그 장면에서 처음으로 고양이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습니다. 결국 고양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다른 활동이 아니라 조용히 마틸다의 품에 안겨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이 책은 캐릭터의 움직임과 자세를 따라가면서 마틸다와 고양이의 감정이 점차 어긋나고, 다시 맞춰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책이 진행될수록 고양이는 점점 더 멀어지는 듯하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마틸다의 곁으로 돌아옵니다. 이는 물리적인 거리와 감정적 거리가 교차하며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고, 아이들이 무언의 감정 흐름을 자연스럽게 읽어내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합니다.

감상 – 다름을 인정하며 가까워지는 관계의 따뜻한 메시지

 

『Matilda's Cat』은 겉보기엔 평범한 유아용 그림책 같지만, 속에는 관계에서 오는 엇갈림과 이해에 대한 섬세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마틸다는 고양이를 위해 열정적으로 놀잇감을 준비하고 다양한 활동을 시도하지만, 고양이는 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는 우리가 누군가에게 진심을 다해 무언가를 해주더라도, 상대의 반응이 우리 기대와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아이들은 이 책을 통해 관계 속 '다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에밀리 그래빗은 텍스트와 이미지의 의도적인 불일치로 아이들의 관찰력을 자극합니다. 마틸다는 "고양이는 나무 오르기를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그림 속 고양이는 나무 아래에서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글은 한 방향을 가리키지만, 그림은 그 반대의 감정을 전달하며 독자가 진짜 감정과 행동을 읽어내게 합니다. 이는 아이들이 말에만 의존하지 않고 비언어적 신호를 해석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장치입니다.

 

또한 이 책은 '함께 있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고양이는 놀이보다 마틸다와 조용히 있는 것을 더 좋아했습니다. 이는 사람마다 관계 맺는 방식이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하며, 상대방을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그들의 욕구를 존중하는 데서 시작됨을 보여줍니다. 마틸다 역시 처음에는 고양이의 반응에 약간 실망하지만, 결국에는 자연스럽게 고양이의 방식에 맞춰주며 둘은 더 가까워집니다.

 

에밀리 그래빗의 그림은 섬세하고 따뜻하며, 캐릭터의 표정을 통해 감정을 명확하게 전달합니다. 고양이의 몸짓과 눈빛 하나하나에 담긴 미묘한 감정이 이야기에 생기를 불어넣고, 마틸다의 꾸밈없는 열정과 귀여운 실수는 독자에게 큰 공감을 줍니다. 회색 톤과 부드러운 붓터치, 여백을 살린 구성은 조용하지만 깊은 정서를 담아내며, 그림책으로서의 완성도를 높여줍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얼마나 '나의 기준'에 갇혀 있는지 조용히 되돌아보게 합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상대도 좋아할 거라 쉽게 생각하지만, 『Matilda's Cat』은 그 단순한 기대가 얼마나 빗나갈 수 있는지 유쾌하고 따뜻하게 그려냅니다. 그리고 그 어긋남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지가 진정한 소통의 시작임을 조용히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