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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문을 여는 아이들 - 『This Is Our House』

by Emily's library 2025. 5. 6.

 

작가 소개 – 사회적 메시지를 따뜻하게 풀어내는 이야기꾼, 마이클 로젠과 밥 그레이엄

 

마이클 로젠은 영국을 대표하는 아동문학 작가이자 시인으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사회적 메시지를 풍부하고 섬세하게 풀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녔습니다. 『We're Going on a Bear Hunt』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그는 유머와 따뜻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인간의 본성과 공동체적 가치에 대한 깊은 질문을 자연스럽게 담아냈습니다. 그의 시인으로서의 언어 감각은 그림책에서도 생생하게 드러나며, 짧은 문장 속에 깊은 의미를 담아 독자들의 마음을 자극합니다.

 

로젠은 교육과 사회 참여 분야에서도 왕성하게 활동하며, 어린이들이 차별 없이 교육받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단순한 우정이나 놀이를 넘어서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This Is Our House』 역시 어린이의 일상을 통해 '차별'과 '포용'의 주제를 섬세하게 풀어냈습니다.

 

밥 그레이엄은 호주 출신의 그림책 작가로, 일상의 작고 평범한 순간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하는 능력으로 유명합니다. 다양한 인종과 계층, 연령의 인물들을 담백하게 그려내며, 독자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 녹아들게 만듭니다. 『This Is Our House』에서 그레이엄은 작가의 메시지를 부드럽고 직관적인 시각적 언어로 전달하며, 캐릭터 하나하나의 섬세한 감정을 표현해 이야기의 깊이를 더했습니다.

 

줄거리 – "여기는 우리 집이야!"에서 시작된 아이들의 갈등과 변화

 

이야기는 한 놀이터에서 시작됩니다. 조지는 장난감 집 하나를 차지하고 "자신과 친구들만의 공간"이라며 다른 아이들의 접근을 막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먼저 왔으니까"라는 단순한 이유에서 시작된 배제가 점점 확대되어 아이들의 특성과 상황을 근거로 차별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 여자 아이는 안돼", "키 작은 아이는 안돼",  "안경 쓴 아이는 안 돼", "쌍둥이는 곤란해"라며 계속해서 거절의 기준을 만들어냅니다.

 

조지의 행동은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더욱 확고히 만들며, 그 집은 '우리'와 '너희'를 구분하는 상징적인 공간이 됩니다. 아이들은 조지의 기준에 따라 하나둘 거절당하고, 마치 현실 속 소외된 사람들처럼 그 공간 밖에 서게 됩니다. 작가는 짧은 대화와 상황을 통해 강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며, 어린이 세계에서도 배제와 독점의 감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 구조는 오래가지 않습니다. 조지가 잠깐 집을 비운 사이, 다른 아이들은 집 안으로 들어가고 공간은 다시 개방됩니다. 이제 조지는 집 밖에 서서 "나도 들어가도 돼?"라고 묻게 됩니다. 처음엔 그를 거절하려던 아이들은 곧 마음을 열고 그를 받아들입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놀이의 역전을 넘어 공동체 안에서의 '배제와 포용'의 윤리적 전환을 상징합니다.

 

조지는 결국 집을 독점하는 것보다 함께 사용하는 것이 더 즐겁고 따뜻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공간을 공유하며 웃고 대화하고 협력의 가치를 배웁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다양한 아이들이 어깨를 맞대고 작은 집 안에 함께 앉아 있는 모습은 이 책의 핵심 메시지를 아름답게 시각화합니다.

 

감상 – 배제를 넘어 모두의 공간을 만드는 이야기

 

『This Is Our House』는 단순한 그림책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사회적 관계, 공동체의 윤리, 다양성에 대한 깊이 있는 주제가 담겨 있습니다. 조지의 배타적인 태도는 우리가 살아가며 은연중에 취하는 편견과 무심한 차별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과 같습니다. 어린이의 놀이 속에서도 얼마든지 '나'와 '너'를 구분하고, '우리'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경향은 현실 속 갈등과 매우 닮아 있습니다.

 

마이클 로젠은 이 책을 통해 '공간을 누구와 어떻게 나눌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진정한 공동체란 '비슷한 사람들만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는 것'임을 아이들의 언어로 풀어냅니다. 특히 조지가 타인의 입장이 되어봤을 때, 비로소 그가 배제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훈계가 아닌 감정 이입을 통한 변화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밥 그레이엄의 그림은 그 서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림 속 인물들은 인종, 성별, 체형, 장애 여부까지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으며,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포용의 가치를 시각적으로 드러냅니다. 그림은 복잡하지 않지만, 배경과 인물의 표정 하나하나에 이야기의 정서가 담겨 있어, 글을 모르는 아이도 감정을 따라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This Is Our House』는 우리가 무심코 내뱉는 말 한마디가 어떻게 누군가를 소외시키고, 또 그것이 반복될 때 어떤 공간이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 책은 비판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 스스로 그 틀을 깨고 다시 '함께'를 만들어내는 희망적인 결말로 마무리됩니다. 결국 이 책은 아이들에게는 우정과 협력의 중요성을, 어른들에게는 더 나은 사회를 향한 책임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입니다. 그림책이 가진 힘, 즉 짧지만 깊고 넓은 울림을 보여주는 탁월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