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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를 보는 눈-『Seven Blind Mice』

by Emily's library 2025. 5. 6.

 

작가 소개 – 동양적 미학과 서양 그림책의 조화를 이룬 에드 영

 

에드 영은 중국 출신의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미국으로 이주한 후 동양의 전통과 서양의 스토리텔링을 독창적으로 융합한 예술 세계를 일궈냈습니다. 그는 그림책을 단순한 아이들의 읽을거리를 넘어 철학과 문화, 미학이 깃든 예술 형식으로 승화시킨 작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종종 동양의 전래 동화나 우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강렬한 색채와 절제된 구성을 통해 독자에게 깊은 사유의 기회를 선사합니다.

 

『Lon Po Po』로 칼데콧 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고, 『Seven Blind Mice』 등 수십 권의 그림책으로 전 세계 독자들과 소통해왔습니다. 에드 영의 일러스트는 종이 콜라주, 수묵화, 파스텔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독창적인 시각 언어를 만들어냈고, 그 안에는 동양 철학, 명상, 직관과 같은 심오한 주제들이 녹아 있습니다.

 

특히 그는 문화 간 소통의 다리 역할을 하는 작가로 인정받으며, 독자들에게 동서양을 아우르는 미적 경험과 사유의 계기를 제공합니다. 그의 그림책은 단순한 아동용 책의 범주를 넘어 삶과 진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매개체로 기능합니다. 『Seven Blind Mice』는 인도 고전 우화를 바탕으로, 관점과 진실, 지혜에 대한 통찰을 아이의 눈높이로 풀어낸 대표작입니다.

 

줄거리 – 일곱 마리 눈먼 생쥐와 '진실'의 모양을 찾아가는 이야기

 

『Seven Blind Mice』는 연못가에 사는 일곱 마리 눈먼 생쥐들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어느 날, 생쥐들은 연못가에 놓인 수상한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그 정체를 알기 위해 생쥐들은 각자 그 물체를 조사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들은 매일 한 마리씩 나가 물체의 일부를 더듬어 보고, 느낌을 바탕으로 그 정체를 추측합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각기 다른 생쥐가 물체를 관찰하며 제각기 다른 설명을 내놓습니다. 어떤 생쥐는 단단한 기둥 같다고 말하고, 다른 생쥐는 부드럽고 긴 밧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또 다른 생쥐는 날카로운 창이나 절벽이라고 묘사합니다. 생쥐들은 자신이 본 것만이 진실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전체를 보지 않고 부분만 느끼고 결론을 내렸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생쥐들 사이에 논쟁이 벌어지고, 각자의 주장을 굽히지 않으려 합니다. 이 장면은 인간 사회의 모습과 흡사해 독자들에게 현실적 공감을 줍니다.

 

일요일, 마지막 일곱 번째 생쥐가 나타납니다. 유일한 암컷 생쥐인 그녀는 처음부터 전체를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코끼리의 몸 전체를 천천히 돌아보며 관찰한 끝에, 이 물체가 '코끼리'임을 알아냅니다. 다른 생쥐들에게 진실은 한 부분만으로는 알 수 없으며, 전체를 함께 보고 이해해야 진짜 정답에 다가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짧은 이야기지만, 각 생쥐가 상징하는 '부분적 진실'과 마지막 생쥐의 '전체적 통찰'을 통해 진실을 보는 올바른 태도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감상 – 관점의 차이와 전체를 보는 지혜를 전하는 철학적 그림책

 

『Seven Blind Mice』는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이면서도 어른들에게 깊은 통찰을 선사하는 철학적인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단순한 반복 구조와 일곱 마리 생쥐라는 상징적 캐릭터를 통해 '부분적인 진실'과 '전체적 이해' 사이의 간극을 시각적이고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각 생쥐가 만지는 코끼리의 부분은 모두 맞는 말이지만, 그것만으로 전체를 정의하려는 태도는 오해와 착각을 불러옵니다. 이는 현실 속 많은 논쟁과 갈등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이야기로, 편협한 시선이 얼마나 쉽게 진실을 왜곡할 수 있는지를 은유적으로 표현했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등장하는 암컷 생쥐의 존재는 매우 상징적입니다. 일곱 번째 생쥐는 유일하게 전체를 돌아보며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고, 단편적 인식의 위험성을 지적합니다. 이는 지혜가 단순히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넓게 보고 종합하는 능력'임을 보여줍니다. 또한, 그녀가 암컷이라는 점은 기존의 지배적 사고에 대한 도전이나 다양성의 상징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성 고정관념을 넘어선 상징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에드 영의 일러스트는 콜라주 기법을 활용해 각 생쥐를 뚜렷한 색으로 구분하고, 밤의 어두운 배경과 대비되도록 표현했습니다. 색채는 단순하지만 강렬하고, 여백이 많아 시선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유도합니다. 각 생쥐가 등장할 때마다 페이지에 변화가 생기고 각 장의 텍스트와 이미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져서 독자들은 이야기를 따라가면서도 자연스럽게 시각적 은유를 경험하게 됩니다.

 

『Seven Blind Mice』는 아이들에게는 관찰과 탐구의 중요성을, 어른들에게는 관점의 확장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그림책입니다. 짧은 이야기 속에 담긴 풍부한 의미는 반복해서 읽을수록 새로운 해석과 깨달음을 가능하게 하며, 시대와 나이를 초월해 울림을 줍니다. 단순한 우화 이상의 가치를 지닌 이 책은, 우리가 진실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귀중한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