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소개 – 절제된 유머로 깊은 여운을 남기는 존클라센
존 클라센은 독특한 그림책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캐나다 출신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절제된 색감과 간결한 구성, 날카로운 유머가 어우러진 그의 스타일은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온타리오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애니메이션과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특히 <코랄라인> 영화의 아트워크 작업을 통해 자신만의 시각적 감각을 키웠습니다. 2011년 첫 그림책 『I Want My Hat Back』으로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에 들어섰고, 독특한 스토리텔링으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단순해 보이는 문장과 무표정한 동물 캐릭터 뒤에 숨겨진 블랙 유머와 반전은 독자들을 매료시켰습니다. 2013년 『This is Not My Hat』으로 칼데콧 메달과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한 세계적 작가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후 『We Found a Hat』으로 모자 3부작을 완성했고, 맥 바넷과 함께 모양 시리즈 『Triangle』, 『Square』, 『Circle』도 선보였습니다. 클라센은 아동 도서의 고정관념을 깨고, 조용하고 사색적인 그림책으로 독자와 깊은 정서적 교감을 나눕니다. 그의 작품은 아이들에게 상상력을, 어른들에게는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하며, 시각적 여백을 통해 독자 스스로 이야기를 완성하도록 이끕니다.
줄거리 – 자아와 창의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정사각형의 여정
『Square』는 단순한 모양의 캐릭터들을 통해 깊은 인간적 갈등을 그려낸 독특한 그림책입니다. 주인공 스퀘어는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정사각형 캐릭터로, 동굴 안 돌덩이들을 묵묵히 바깥으로 밀어내는 일을 합니다. 그에게 이 일은 특별한 의미가 없는 단순한 일과일 뿐, 창의성과는 거리가 먼 작업입니다. 하지만 어느 날, 친구 써클의 등장으로 모든 것이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써클은 스퀘어가 쌓아놓은 돌들을 보고 감탄하며, 자신을 위한 조각상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합니다. 갑작스럽게 '예술가'라는 정체성을 부여받은 스퀘어는 당황하지만, 친구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밤새 작업에 몰두합니다. 동그란 써클을 조각하는 일은 예상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돌을 깎고 또 깎아보지만 원하는 대로 되지 않고, 비까지 내려 작업은 더욱 엉망이 됩니다. 진흙탕에 빠지고 무너져 내리는 돌더미 앞에서 좌절하지만, 스퀘어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무언가를 완성해냅니다.다음 날 써클은 돌아와 빗물이 고인 웅덩이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며 예술 작품이라며 감탄합니다. 독자는 우연의 산물로 얻어진 결과에 웃음을 머금고 책장을 덮게 됩니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진정한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열린 결말로 독자의 해석을 기다립니다.
감상 – 진정한 창작은 완벽함이 아니라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된다
『Square』는 매우 절제된 언어와 단순한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창작의 본질'과 '자아 발견'이라는 깊은 주제를 다루는 놀라운 작품입니다. 스퀘어는 애초에 예술가가 아니었고, 자신의 창작 능력에 대해 전혀 자신감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친구의 믿음, 혹은 오해에서 비롯된 기대가 그에게 큰 동기를 부여했고, 결국 그는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온전히 몰입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그의 작품이 진정한 예술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그가 누군가를 기쁘게 하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진심을 다해 노력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많은 창작자들이 겪는 보편적인 고민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고, 자신이 만든 것의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합니다. 하지만 『Square』는 명확한 답을 주기보다는, 그 과정 자체가 이미 충분히 의미 있다는 메시지를 은근히 전달합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의 여운 깊은 침묵은 독자 각자가 자신만의 해석을 내릴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며, 클라센 특유의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시각적으로도 이 책은 정말 인상적입니다. 어두컴컴한 배경과 투박한 질감의 그림은 스퀘어의 내밀한 내면 세계를 완벽하게 반영하며,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냅니다.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캐릭터들의 얼굴에서도 독자는 깊은 감정을 읽어낼 수 있으며, 이는 그림책이 언어보다 더 풍부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맥 바넷과의 협업은 유머와 진지함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놀랍도록 잘 담아내어 어른과 아이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책을 즐길 수 있게 만듭니다.『Square』는 아이들에게는 진심을 다해 노력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어른들에게는 창작의 의미에 대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창작이란 무엇인가, 예술가는 스스로 정의될 수 있는 존재인가, 아니면 타인의 시선을 통해 비로소 완성되는 것인가. 이런 철학적 질문들을 무겁지 않게, 그러나 진지하게 던지는 이 책은 단순한 그림책을 넘어서는 가치를 지닙니다. 어린이를 위한 책이 아니라, 모든 연령대의 독자에게 사색의 기회를 제공하는 특별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